중국 거푸집에 합성수지 함침시킨 종이 발라…틈새 지종 개발 성공

GRSP 이용, 국내에서 흑색 건설용지 독점적 공급

코로나19로 인한 산업계의 시름이 깊어지는 가운데, 특히 제지업계의 타격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쇄용지의 경우, 생산량의 20~30%를 미국으로 수출하였으나 코로나19로 인해 미국 수출이 전면 중단되다시피 하여 조업 중단이 불가피해졌고, 신문용지업계도 내수 감소와 수출 수요 감소에다 해상 운송 장애까지 겹쳐 어려움이 심하다고 한다.

▲ 대한제지 조한제 전무((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중국현지 공장을 방문, 살펴보고 있다.
▲ 대한제지 조한제 전무((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중국현지 공장을 방문, 살펴보고 있다.

제지업계는 이번에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지만, 사실은 정보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IT 발달, 휴대폰 보편화로 이미 위기를 맞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업종별로 구조조정이 진행되어 폐쇄된 공장들도 많고, 생존한 제지업체들도 변화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온갖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대한제지 또한 이러한 위기 극복을 위해 다양한 지종을 개발 중에 있다.

▲ 거푸집 완제품
▲ 거푸집 완제품

신문용지와 재생 인쇄용지를 생산하는 대한제지는 3호기 주력 생산품인 신문용지의 수요가 급감하고 인쇄용지 역시 향후 수요 감소가 예상됨에 따라 산업용지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여 1년 전부터 산업용지 개발에 주력해 왔다.

대한제지는 경쟁 신문용지 생산업체는 보유하고 있지 않은 GRSP(Gate Roll Size Press)를 보유하고 있어 온 머신(on machine) 행태로 원지 표면에 피그먼트 코팅(pigment coating)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DIP(De-inking Pulp) 설비가 있어 폐지를 재활용하여 사용함으로써 주원료비를 대폭 낮출 수 있는 장점이 있어 펄프(Pulp)만 사용하는 인쇄용지업체보다 유리하다.

백판지업체는 5 플라이(ply) 이상의 고평량(150g/㎡)의 종이류만 생산 가능하여 저평량 원지 생산이 어렵다.

대한제지 관계자는 이러한 비교우위에 있는 자사의 장점을 이용하여 경쟁 신문용지 생산업체, 인쇄용지 생산업체, 백판지 생산업체가 생산하지 못하거나 경쟁력을 가질 수 없는 틈새 지종 개발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 중국 현지공장 생산 공정
▲ 중국 현지공장 생산 공정

중국에 신문용지를 수출하면서 중국의 산업용지 시장을 유심히 지켜보던 조한제 영업 전무는 우리나라의 건설 현장과 달리 중국에서는 거푸집에 합성수지를 함침시킨 종이를 바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건설용 거푸집 표면에 압착하여 입히는 종이로 콘크리이트와 거푸집을 유리시켜주면서 거푸집 표면을 매끈하게 만들어 거푸집을 떼어낸 후의 성형된 콘크리이트 면도 매끈하게 만들어주는 기능을 한다.

조 전무는 곧바로 중국 현지 수입상과 접촉하여 대한제지의 생산 가능 여부와 중국에서의 사용 가능성을 타진하고 개발에 착수했다.

▲ 중국 현지 공장 모습
▲ 중국 현지 공장 모습

그리고 대한제지가 원지를 생산하여 중국 시장에 수출하면, 중국 현지 공장에서 대한제지의 원지를 합성수지로 함침한 후에 합판 표면에 프레스로 압착하여 붙여 최종 거푸집을 만들기로 중국 측과 합의했다.

이 원지는 흑색 안료를 내첨, 외첨하여 짙은 흑색으로 만들어야 하고, 합성수지 함침에 적합한 투기성과 사이즈도를 유지해야 하는 기술과 설비를 필요로 한다.

대한제지는 GRSP를 이용하여 흑색 안료를 외첨(surface coating)할 수 있기 때문에 짙은 흑색을 재현할 수 있는 반면, 타 신문용지업체는 코팅 설비가 없어 내첨만 가능하여 중국의 수요자가 원하는 흑색을 재현해 낼 수 없다.

따라서 대한제지는 흑색 건설용지에 있어 국내에서는 독점적 공급업체가 될 수 있다.

대한제지는 지난 1년간 연구 개발과 설비투자를 통해 중국 수요자의 니드(need)에 맞춰, 현재 중국 내에서 대한제지 건설용지는 최고의 품질로 평가받고 있고, 가격 또한 중국산에 비해 톤당 20~30불을 더 받고 있다.

대한제지의 건설용지를 붙인 거푸집을 생산하는 중국 업체는 중국 내 판매 외에도 유럽으로 수출하고 있어 향후 건설용지 수요는 더 늘어날 전망이고, 중국의 건설용지 생산업체는 영세하거나 경쟁력이 없어 대한제지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 대한제지 흑색건축용지 생산 현장
▲ 대한제지 흑색건축용지 생산 현장

대한제지는 건설용지를 작년 하반기에 약 2000톤/월 수출하였고 올해부터 7000~8000톤/월 수출 계획을 잡았으나,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중국 설비의 가동이 정상적이지 않아 절반 정도만 생산, 수출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진정되면 향후 수출량은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조한제 전무는 “대한제지의 산업용지 개발 사례는 제지산업이 사양산업이긴 하지만, 기업의 의지와 노력이 있다면 얼마든지 틈새시장을 공략하여 생존할 길을 찾을 수 있으며, 더 나아가 고수익까지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조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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