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주섭 동화작가
▲ 최주섭 동화작가

북유럽에 있는 핀란드의 작은 마을, 산타 할아버지가 밤에 가지고 갈 크리스마스 선물들을 고르느라 바쁘게 손을 움직였다.
산타 할아버지가 손녀에게 물었다.
“이번 차례는 누구니?”
손녀가 선물을 보낼 주소록에서 다음 순서를 확인했다.
“한국에 사는 나미라는 학생이네요. 나미 학생이 보낸 편지를 읽어드릴게요.”

「산타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한국에 사는 나미예요. 초등학교 5학년에 다녀요.
아이돌 가수가 꿈이에요. 엄마는 학교 공부가 먼저래요.
가수 언니들은 모두 공부를 잘 했나요? 그렇지는 않았을 걸요.
우리 집 창문을 잠그지 않을 거예요.
예쁜 귀걸이를 받고 싶어요. 나미 드림」

할아버지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나미가 아이돌 가수가 되고 싶은 모양이지?”
“전 세계 소녀들의 우상인 BTS(방탄소년단)가 한국 사람들이에요. 저도 팬이에요.”
할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걱정이다.”
손녀가 눈을 크게 떴다.
“왜요?”
“눈이 많이 쌓여있거나 바닷물이 얼어야 썰매를 타고 갈 텐데.”
손녀가 의아하게 생각했다.
“이곳 핀란드에는 눈이 많이 내렸잖아요?”
할아버지가 걱정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기후변화 현상으로 전 세계의 기상 뉴스에 의하면 한국이란 나라에는 겨울에 눈도 거의 내리지 않았다는구나. 더구나 태평양 바다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넘쳐흘러서 바닷물이 얼지 않았대.”
손녀가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눈이 내리고 바다가 꽁꽁 얼 때까지 기다려야 되나요?”

크리스마스 전날 밤, 나미는 눈이 내리지 않는 날씨 때문에 엉엉 울었다. 혹시나 산타 할아버지가 오시는 데 불편이 없도록 창문을 살짝 열어놓고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새벽, 나미가 잠에서 깨어났다. 창문 밖이 닫혀있었다.
“어제 저녁에 창문을 열어놨었는데?”
창문을 열었다. 눈은 내리지 않고 바람만 쌩쌩 불었다. 나미가 몸을 으스스 떨었다.
“앗 추워! 눈이 내리지 않았으니 어떻게 해?”
나미가 주위를 둘러봤다. 책상 위에 네모진 선물상자가 보였다.
“와-아? 산타 할아버지가 오셨다.”
나미가 부리나케 선물상자를 뜯었다. 예쁜 모자였다. 모자 앞에 북극곰이 얼음 조각 위에 서있는 표시가 붙어있었다. 상자의 구석구석까지 찾아보았다. 귀걸이는 보이지 않았다.
나미는 실망한 표정으로 거실로 나왔다. 아침 준비를 하고 있던 엄마가 나미의 눈치를 살폈다.
“산타 할아버지로부터 뭘 선물로 받았니?”
나미는 뾰로통하며 모자를 가리켰다.
“산타 할아버지께 보낸 편지가 도착이 안 됐나 봐요. 제가 받고 싶은 귀걸이 대신에 모자가 왔어요.”엄마가 묘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나라 날씨가 추운 걸아시고 모자를 보내셨구나.”
거실 소파에 누어서 TV를 시청하던 아빠가 빙긋이 웃었다.
“산타가 센스가 있으신데.”
나미가 혀를 쑥 내밀었다.
TV 아나운서가 세계 뉴스를 전했다.

「TV 화면에 앳된 소녀가 큰 건물 앞에서 ‘지구가 더워지고 있어요’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있습니다.」

아빠가 나미를 불렀다. 나미가 TV 화면을 바라봤다.
아나운서의 낭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스웨덴의 '기후 투사'로 불리는 그레타 툰베리입니다.」

TV뉴스를 건성으로 듣던 나미가 화면에 집중했다.
“그레타 툰베리?”
툰베리 학생이 찡그린 표정으로 리포터와 인터뷰를 했다.

「열한 살 때 처음으로 기후위기의 위협에 대해 깨달았어요. 비디오 화면에서 굶주린 북극곰이 깨진 얼음 조각 위에서 당황하는 모습이었어요. 이후 심한 우울증을 느끼며 몇 달 동안 음식을 거의 먹지 못했어요.」

나미는 지구과학 시간에 배운 것이 기억이 났다. 석유나 석탄 등의 화석 연료를 많이 사용하면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게 되는데 이것이 지구를 감싸면서 열이 빠져나가지 못해 온도가 상승하게 된다는 것이다.
뉴스 보도가 계속되었다.

「툰베리 학생은 유엔정상회의에 참석한 세계 각국의 대통령들 앞에서 ‘지구를 뜨겁게 달구는 이산화탄소를 모든 국가가 함께 줄이지 않는다면 여러분은 악마와 다름이 없습니다.’라고 외쳤습니다.」

아빠와 엄마가 벌려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용기가 대단한 학생이구나.”
나미가 아빠에게 다가갔다.
“아빠! 저도 인터넷 검색을 통해 기후위기에 대해 좀 더 알아봐야겠어요.”
아빠가 고개를 들어 나미를 쳐다보았다.
“좋은 생각이다. 친구들과 어린이과학관에도 가보렴.”

토요일 오전, 나미는 친구들과 함께 어린이과학관을 방문했다. 과학관 안내표에 공룡의 세계와 로봇의 세계 등 여러 개의 방이 표시되어 있었다. 일행은 맨 먼저 지구의 온도 변화를 소개하는 방에 들어갔다.
동영상 자료의 화면에 나온 흰곰이 깨진 얼음 조각 위에서 쩔쩔매고 있었다.
나미가 신기한 듯 외쳤다.
“산타 할아버지가 보내준 이 모자의 그림과 같은데.”
준서가 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똑같은 모자를 백화점에서 팔아.”
나미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이 모자는 달라. 분명히 산타 할아버지가 보내준 거야.”
아리가 두 친구의 말싸움을 말렸다.
“야! 우린 기후위기를 배우고 있어.”
다음 영상은 러시아 시베리아와 미국 알래스카 사이의 베링 바다였다.

「베링 바다에 있는 작은 섬의 원주민들은 북극 기온이 올라가면서 바다의 얼음이 한 해에 8개월 정도였으나 이제는 3개월로 줄어들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로 인해 북극곰은 얼음구멍을 통해 바다사자를 잡아먹는 사냥터를 잃었고, 주민들은 생필품 공급을 위한 비행기가 착륙하지 못하는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나미가 안타가운 표정을 지었다.
“에스키모 사람들이 불쌍해. 잘 사는 나라 사람들이 마구 사용한 에너지 때문에 지구 온도가 올라갔을 텐데.”
준서가 나미의 눈치를 보며 비아냥댔다.
“이사 가야지. 이왕이면 부자 나라로.”
나미의 눈썹이 올라갔다.
“야! 넌 어떻게 그런 생각만 하냐? 단순세포 같이.”
준서도 화를 버럭 냈다.
“단순세포라구? 넌 복잡세포냐?”
아리가 어른 같은 말을 했다.
“각자 의견이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은 아냐. 다른 곳으로 가보자.”
다음 영상에서는 세계과학자연합이 발표한 기후위기 완화를 위한 긴급행동지침을 소개했다.

「2050년에는 지구 온도가 4도 이상 상승하여 찜통 지구가 될 것이다. 폭염, 산불, 가뭄, 기근, 질병 확산 등으로 수백만 명의 기후난민이 발생하고 식량위기가 전 세계에 닥칠 것이다. 기후위기는 줄일 수 있는 긴급행동지침을 선언한다.

첫째, 화석연료를 저탄소 재생에너지로 대체한다.
둘째, 메탄, 그을음, 수소불화탄소 등 단기 기후오염물질 배출을 신속하게 줄인다.
셋째, 산림과 초원, 이탄지대, 습지와 맹그로브 숲 같은 생태계를 복원 및 보호한다.
넷째, 식물성 식품을 더 많이 그리고 동물성식품을 더 적게 섭취한다.
다섯째, 탄소 없는 경제로 전환해 생물권에 대한 인간의 의존을 해결한다.
여섯째, 사회적, 경제적 정의를 보장하고 지구촌 인구를 안정화시킨다.」

셋은 기후위기 긴급행동지침의 내용을 이해를 한 듯이 한 마디씩 떠들어댔다.
“고기 대신에 채소를 즐겨먹을 거야.”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화석연료 사용도 줄여야겠어.”
“나무를 심고, 화장지도 아껴 써야겠다.”
셋이 같은 의견을 냈다.
“체험학습 발표 시간에 기후위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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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과학자연합 : 전 세계 153개국 과학자 1만 1000명이 2019년 12월 기후위기 비상선언을 발표하고, 세계 각국이 즉시 효과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후 변화는 많은 과학자들이 예측한 것보다 훨씬 빨리 가속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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